2024년 개발자 회고 - 종합평가 & 2025년 목표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있는가? 되려고 하는가?

작년까지는 오로지 재미를 위해서만 개발을 했고 무언가 뾰족하게 더 잘하고 싶다 열망하는 것이 없었다. 막연히 다 잘하고 싶다 정도였다. 다행히 그 재미를 향한 욕망이 강해 개발을 그만 둘 일은 없었지만, 스스로도 내 성장은 다소 두서없다라는 생각을 종종했다. 누군가 나에게 "테라는 뭘 잘해요?"라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나를 1줄로 정의한다면 뭐라 적어야할까?

나는 슬 방향을 정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1년 지난 지금, 갑자기 방향을 정하게 되었다.

에디터 만드는게 가장 즐겁다

이제야 깨달은 것은 내가 에디터 만드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 개발은 대체로 일상에서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고는 '이런게 있으면 진짜 쩔겠는데?'라는 상상을 하면서 출발한다. 그러다보니 생산성을 높여줄 도구의 형태로 문제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에디터의 형태로 이어지곤 했다. 내 천직이 개발자이긴 한가보다.

여하튼, 그래서 중단기적인 목표로 에디터 개발 능력을 좀 더 뾰족하게 다듬어볼까 한다. 그러기 위해선 Vue나 React를 쓰는 개발자가 아닌, JS, TS를 쓰는 개발자가 되어야할 것이다. 오랫동안 손놓고 있던 분야라 새로운 공부를 할 생각에 얕은 두려움이 들지만서도 설레었다.

동료들의 종합 평가

1년간 피어리뷰를 받았던 내용을 쭉 정리해봤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소통, 공유를 잘한다.
  2. 인생 2회차가 의심된다.

우선 소통, 공유 영역은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FE, BE, 디자이너, PM 모든 분야의 동료로부터 소통과 공유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행 상황을 잘 공유하고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챙기고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항상 차분하게 말해서 좋다라는 평가도 들었는데, 이건 내 성격이 반영된 것 같다. 팀 없이 공부하던 시기도 있었고, 소통을 어떻게 더 잘할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는데, 소통 능력이 우수함을 교차검증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다음은 인생 2회차 평가다. '신입 치고 모든 부분에서 탁월하다. + 적극적이며 빠르게 학습한다.' 정도로 평가를 받았다. 아마, 일과 관련된 아티클들(소위, 일잘러들의 7가지 특징 같은 글)을 종종 읽었던 것과 인턴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쌓은 경험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잘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만, 내가 개선해야할 부분을 나도 모르게 잘 숨기는 것일 수도 있다. 살짝은 복잡미묘한 평가였다.

자주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소소한 평가로는 다음이 있었다.

  • 팀 내 생산성에 기여
  • 책임감 강함
  • 능동적인 문제 파악
  • 협업 능력 우수

번외: 건강때문에 Vim을 쓰게 되었다

흔히들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허리가 아픈 일은 없었다. 하지만 등쪽이 좋지 않았는데, 특히 오른쪽 견갑골 근육이 자주 뻐근하고 당겼다. 스트레칭볼로 열심히 마사지해도 해결이 안되서 재작년에 병원에 갔었는데, 그때 의사선생님이 근육이 너무 늘어나서 아픈거라고 말해주셨다.

근육이 늘어나있다고 듣자마자 번뜩 마우스 때문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내가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키보드는 오른쪽으로 긴 풀배열이고 마우스는 그 오른쪽으로 두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잡을 때 팔을 오른쪽으로 뻗어 견갑을 늘리는 자세가 된다. 이 때문에 오른쪽 견갑 근육이 항상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항상 고정된 자세로 있는 왼쪽 등은 통증없이 멀쩡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할 때 마우스를 안써보기로 했다. 우선 찾아보니 VSCode의 숨겨진 단축키들을 통해 마우스 없이도 화면 스플릿, 탭 이동, 터미널 열고 닫기 등 많은 부분 조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우스 없이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고, 결국 미루고 있었던 Vim에 손을 뻗게 되었다.

내가 처음 Vim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땐 Vim을 왜 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GUI를 냅두고 명령어를 다 외워가면서 한다고? 특히 방향키가 hjkl인 것을 듣고는 크아아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Vim은 나랑 다른 차원의 너드들이 쓰는 것 혹은 변태들이 쓰는 것이라 생각해왔다.(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세상엔 Vim의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이 있고, 나는 당장 등이 아팠다. 적응할수밖에

다음 2가지를 사용했다.

  • VSCode Vim 플러그인
  • Vimium (크롬 익스텐션)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모든 Vim 명령어를 외운 것은 아니지만 개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익숙해고, 마우스를 잡지 않으니 묘하게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 특히 Vimium을 정말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덕분에 디버깅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마지막으로 원래 목적이었던 등의 아픔도 사라졌다!

다음은 분리형 키보드를 알아보고 있다. 여기도 뭐가 많아서 어지럽다...

2025년 도전과제

늘상 그렇듯 하고 싶은게 참 많다. 개발과 비개발로 나누어보겠다.

개발

  1. 시퀀스 다이어그램 캔버스
  2. PPT 에디터 만들기 (캔바 like)
  3. 블로그 글쓰기 경험 개선
  4. KRDS implements
  5. Ticketbell

시퀀스 다이어그램 캔버스는 sequencediagram.org에서 영감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멋진 사이트라 생각하는데,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서비스라 그렇다. 명확한 유저를 타겟하고 있으며 UI는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필수적인 기능은 모두 포함하고 있고 강력하다. 여기에 아주 조금의 개선점만 얹으면 완벽할 것 같아서 공부 목적 겸 한번 해볼까 한다. 나중에 이걸 기반으로 머메이드를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캔바 같은 PPT 에디터도 전부터 그냥 만들어보고 싶었다. 역시 공부 목적이 있지만 재미 목적이 크다.

블로그에서 파생된 블로그 글쓰기 경험 개선의 문제도 남아 있다. 아직 어떤 솔루션을 만들지는 고민중이다. Readme Editor를 개선할수도 있고, 전혀 다른 형태의 위지윅 에디터를 고민해야할수도 있다. 이것도 기대되는 도전과제이다.

4번은 돌고돌아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인데, 작년에 실컷 했으니 그만해도 좋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에 KRDS v1.0.0이 나온 것을 보고 다시 불타올랐다. 이번에는 shadcn처럼 설치형으로 구현해볼까 한다. 상반기에 어느정도 기반을 다져놓고 싶다. (오픈소스화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티켓벨. 작년에 remix에 대한 지식도 없이 remix로 대뜸 시작해서 너무 개같이 짰는데, 구조 개선 한번 하고 다시 필수 기능 위주로 집중하려 한다. 지금도 어떤 UI로 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은데, 소소한 재미가 있다.

번외로 회사에선 결제쪽의 경험도 해보고 싶다. 다만 강하게 열망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도 아직 하고 싶은게 많다.

비개발

  1. 영어 공부
  2. 면허
  3. 글쓰기 공부

나는 영어를 참 못하는데, 어쩌다 보니 해외 취업의 목표가 생겼다. (5년 전의 내가 알면 까무라칠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정해진 게 없지만, 여하튼 일하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의 영어 실력을 쌓아야한다. 올해는 일단 영어공부만 하면서 해외취업을 위한 준비를 이것저것 알아보고 시도해볼 것 같다.

사실, 면허는 작년에도 목표였다.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1년이 그냥 지나버렸다. 명백하게 시간 관리의 실패이다. 올해는 계속 욕심내서 할 것들을 늘리지 말고 상반기에 할 것들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뒤, 면허를 집중해서 따고 하반기에 다른 하고 싶은 것들을 또 하려 한다.

글쓰기 공부는 사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것보다는 생각의 전달력을 높이고 싶어서 공부를 하려고 한다. 우선,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는 것과 글쓰기 관련 글 읽기 정도를 실천하려 한다.

2024년 개발자 회고 - 프로젝트편
Terra (dev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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